[ESC] 커버스토리
한국 찾는 외국인 여행자에게 ‘생활의 속살’ 체험케해주는 프로그램들
노광균 뮤직킹 대표. 박미향 기자서울 남산에서 케이블카 타고 명동에서 마스크팩 한 보따리 사는 게 ‘한국 여행’의 전부일까? 방문지 사람들의 실생활이 어떤지, 그곳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즐기는지 직접 체험하고 싶어하는 여행 고수들은 이런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
서울시가 낸 통계를 보면, 2015년 한국을 찾은 관광객 가운데 단체가 아닌 개인의 비중은 73.8%로, 주로 체험형 여행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뻔한 코스’만 돌고 가 한국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많다.이렇게 ‘생활의 속살’을 궁금해하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가 ‘원 모어 트립’(www.onemoretrip.net)이다.
서울시와 서울관광마케팅이 지난해 11월 시작한 이 서비스는, 누리집을 통해 체험형 여행 제공자와 참가자를 연결해준다. 누구든 ‘서울의 오래된 마을 중림동 걷기’, ‘한국 가정식 만들기’ 같은 여행상품을 기획해 누리집에 관광상품 판매자로 등록할 수 있다. 외국인 여행자는 이를 보고 취향에 따라 상품을 고르면 된다.
말레이시아의 10대 소녀 ’옹 분 헹’이 킹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애창곡 ‘아이’(I)를 부르고 있다.
나도 케이팝 가수-뮤직킹 서울 신사동 ‘뮤직킹’은 여행자가 노래를 부르면 전문가가 녹음하고 보정해 음원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뮤직킹은 16년 경력의 녹음엔지니어 노광균(39) 대표가 운영하는 음악 관련 여행 스타트업이다.
그 전엔 음악 크라우드펀딩과 음반 제작도 했다. 노 대표가 제작한 케이팝 앨범만 330여개. 동방신기, 소녀시대, 장나라, 구혜선 등이 그가 함께 작업한 가수들이다. 뮤직킹은 녹음실 3개, 보컬부스 1개로 꾸민 105.7㎡(32평) 규모의 ‘킹스튜디오’도 갖고 있다. 성시경, 서인국, 박효신, 박정현 같은 유명 가수가 이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다.
가수들의 음반 만들기도 바쁘던 노 대표의 머릿속에 문득 “케이팝에 열광하는 관광객이 직접 그 노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감동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8월, 여행자에게 음원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11월엔 원 모어 트립에도 상품 등록을 했다.
서울시가 시작한 ‘원모어트립’서 체험여행 제공자-참가자 연결
음원 만들기 체험 한류팬 ‘뿌듯’
족욕·한방차 즐긴 외국인도 만족
여행자들은 이곳을 찾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잡았던 마이크를 잡고, 동방신기 등을 지도한 보컬트레이너에게 교습을 받는다. 몸을 살포시 흔들면서 케이팝을 부르면, 음정·박자가 틀려도 엔지니어가 기계를 미세하게 조정해 근사한 최종 음원을 만들어준다.
이주석, 토리, 김도운 등 10년 경력의 보컬트레이너가 음정 하나하나를 짚어줄 때마다 여행자는 마치 한류 가수가 된 양 한껏 흥겨운 감정에 빠진다. 화려한 무대에 선 듯한 환상에 온몸이 전율한다. 이 기억은 한국을 떠나도 오랫동안 뇌의 기억 칩에 남는다.지난달 말 뮤직킹을 찾은 말레이시아의 10대 소녀 ‘옹 분 헹’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이런 여행 자체가 새롭다. 내 목소리가 달라지는 과정을 실제로 듣고 보는 게 신기하고, 마치 내가 좋아하는 태연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다”고 했다고 한다. 가수 태연의 노래 ‘아이’(I)를 열창한 그는 음원파일을 받고는, 마치 세계를 휘젓는 한류 가수가 된 양 뿌듯해했다고 한다.
이 여행 코스는 케이팝 열풍이 여전한 아시아 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국경절을 맞아 한국관광공사가 초청한 ‘왕훙’(중국의 파워블로거) 13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뮤직킹 상품을 선택했을 정도다.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라는 점이 매력 요소로 작용했다. 가격은 1시간 기준 5만~19만원대다.이곳은 ‘외국인 여행자’가 아니어도, 음원을 만들고 싶은 이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노 대표는 “요즘 20대들은 여자친구에게 줄 사랑고백용 노래를 전문 스튜디오에서 녹음한다.
결혼식장에서도 신랑이 신부를 위해 녹음한 노래를 립싱크로 부르는 게 유행”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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